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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과 받아들임 사이의 온도

by 목목헌 2025.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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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매일 누군가를 선택하고, 무언가를 결정하며, 때로는 그 반대편에 서서 거절하거나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감정의 파동을 겪습니다.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 수용과 저항… 그 모든 감정들은 한 가지 공통된 흐름 안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관계’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의 미묘한 지점에는 늘 거절과 받아들임 사이의 온도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그 온도의 정체에 대해 고찰하고자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의 기온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리고 왜 때로는 차갑고 때로는 따뜻한가. 거절과 받아들임이 단순한 이분법적 선택이 아닌, 감정의 결이 다양한 스펙트럼임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거절, 마음을 닫는다는 것

 

거절이라는 단어는 어딘가 모르게 날카롭습니다. 누군가의 기대를 무너뜨리거나, 그 마음을 되돌리는 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단어는 단순히 "싫다"는 말 이상의 무게를 갖습니다. 거절은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고, 동시에 자신의 경계를 지키려는 외침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고백을 거절할 때, 우리는 단순히 그 사람을 싫어해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은 감정의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혹은 자신이 누군가의 사랑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내린 결정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거절은 때때로 자신의 상처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면에는 다양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미안함, 안타까움, 혹은 자신을 향한 실망감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은 반드시 필요한 감정적 표현입니다. 우리는 모두 타인에게 항상 "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기 위해, 때로는 ‘아니오’라고 말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아니오’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입니다. 말의 선택, 말투의 온도, 표정의 미묘한 흐름… 그 모든 요소들이 거절의 온도를 결정합니다. 정중한 거절, 배려 있는 거절은 상대방의 마음에 차가운 상처를 남기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뜻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습니다.

거절은 반드시 필요한 감정적 표현입니다.

2. 받아들임, 마음을 여는 용기

 

받아들임은 상대방의 존재를 긍정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락한다는 의미를 넘어, 타인의 마음에 공감하고, 그의 존재를 인정하는 깊은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이 받아들임은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습니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긍정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 수용입니다.

어떤 관계에서든, 누군가가 나의 말을 들어주고, 나의 감정을 인정해 줄 때 우리는 비로소 ‘나도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자기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받아들임은 치유의 힘을 갖습니다. 특히 우리가 실수했거나 상처받았을 때, 누군가가 우리를 받아준다면 그 순간은 마치 추운 겨울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는 듯한 위로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받아들임은 그저 타인을 향해 무조건 문을 열어주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스스로도 상처받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입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는 단순히 마음이 넓어서가 아니라, 고통을 감내하고자 하는 의지가 포함된 선택입니다. 그래서 받아들임은 강함이자 성숙입니다.

 

3. 그 사이에 존재하는 온도들

 

사람들은 종종 거절과 받아들임을 흑백의 대립 구조로 이해하려 합니다. 그러나 실제 인간관계는 훨씬 복잡하고 섬세합니다. 우리는 완전한 거절도, 완전한 받아들임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온도에서 살아갑니다.

누군가에게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그를 염려하거나 아쉬움을 느낍니다. 반대로, 누군가를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내면에서는 망설임과 두려움을 간직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감정은 선형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미세하게 흔들리며, 때로는 상반된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흔히 "미적지근하다"는 표현을 부정적으로 사용하지만, 거절과 받아들임 사이의 감정에서는 이 애매한 온도가 오히려 진정성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제안을 당장 수락할 수는 없지만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애매함이 아니라 성실함의 표현입니다. 이 온도는 ‘신중함’이라는 이름으로, 때로는 ‘고려 중’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온도가 결코 무관심이 아님을, 오히려 상대방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다는 신호임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4. 관계의 온도를 조절하는 지혜

 

인간관계는 끊임없는 온도 조절의 예술입니다. 너무 뜨거우면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고, 너무 차가우면 관계가 소원해지기 마련입니다. 적절한 온도란,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되, 나 자신도 소진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타인의 말 한마디, 눈빛, 행동에서 그 온도를 감지합니다.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말투로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고, 또 어떤 사람은 강한 어조 속에 따뜻한 배려를 숨겨놓기도 합니다. 이처럼 같은 말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온도는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떤 온도로 이 말을 하고 있는가? 나는 상대방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아니면 거절 속에 숨은 감정을 감추고 있는가? 이런 성찰은 관계의 온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5. 온도는 기억이 된다.

 

우리는 누군가와의 관계를 온도로 기억합니다. “그 사람, 참 따뜻했지.” 혹은 “그 사람, 왠지 모르게 차갑더라.” 이런 말들은 단지 기분이나 인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게 보여준 태도의 총합을 의미합니다.

거절당했더라도, 그 방식이 따뜻하고 배려 깊었다면 우리는 상처보다는 감사를 느낍니다. 반대로 받아들여졌더라도 그 안에 진심이 없었다면 오히려 외로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을 내렸느냐보다 그 결정을 어떻게 전달했느냐입니다.

이 점에서 ‘온도’는 단지 감정의 상태가 아니라, 관계의 방식이며 기억의 형태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인상은 그 사람의 선택보다 그 선택이 전해진 방식입니다. 거절이든 받아들임이든, 그 사이의 온도는 상대방의 마음에 오랫동안 머물게 됩니다.

 

6. 온도에 담긴 성장의 의미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연결됩니다. 그 모든 만남과 이별 속에서 우리는 ‘온도’를 배우게 됩니다. 나의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덥히거나 식힐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말과 태도를 더 신중하게 선택하게 됩니다.

또한 나 자신이 거절당하고, 외면당하고, 받아들여지고, 환영받는 경험을 반복하면서 감정의 탄력성을 기르게 됩니다. 거절에 무너지지 않고, 받아들임에 안주하지 않으려면 우리는 감정의 균형을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그 균형은 바로 거절과 받아들임 사이의 온도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마치며 – 마음의 기온을 가늠하는 법

 

거절과 받아들임, 이 두 감정은 마치 계절의 변화처럼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 있습니다. 어느 날은 봄바람처럼 따뜻하다가도, 또 어떤 날은 겨울바람처럼 차가워집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타인을 향해서는 따뜻한 온기를 지키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불가피하게 누군가를 거절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또, 누군가의 거절 앞에 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순간에 상대의 마음을 생각할 수 있는 ‘온도감각’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거절과 받아들임 사이, 그 애매하고도 깊은 감정의 지대에서 우리는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마음의 온도는 숫자가 아닌 감정의 결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 온도를 감지하고, 조절하며, 공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