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layout-aside-right paging-number">
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by 목목헌 2025. 8. 6.
반응형

1. “괜찮아라는 말의 무게와 그림자

 

우리는 살아가며 수없이 괜찮아라는 말을 주고받습니다. 친구가 힘든 일을 털어놓을 때, 누군가가 실수를 했을 때, 혹은 자신에게 위로를 건넬 때. 이 짧은 두 글자는 마치 만능열쇠처럼 어디에나 쓰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되지만, 또 때로는 무언의 침묵을 강요하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괜찮아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말 속에 진심이 담겨 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아직 괜찮지 않은 감정이 들끓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괜찮다고 말하지 않으면, 너무 힘든 사람처럼 보일까 봐, 민폐가 되는 건 아닐까 봐, 스스로를 억누르게 됩니다. 그러한 순간에 괜찮아라는 말은 위로가 아닌 회피로 변질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괜찮아라는 말에 익숙해지며 진짜 감정을 숨기는 데 익숙해져 갑니다. 감정의 진실은 덮이고, 사람들 사이의 교감은 겉돌기 쉽습니다. 그렇게 사회는 점점 감정을 억누르는 쪽으로 흘러갑니다. 눈물은 숨어야 하고, 고통은 조용히 삼켜야 하며, 아픔은 티내지 말아야 한다는 무언의 규칙이 사람들 사이에 생깁니다.

그러나 질문해 봐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로 언제나 괜찮아야만 할까요? 괜찮지 않은 순간을 드러내는 것은 약함일까요? 혹은 그것은 인간다움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을까요?

언제나 괜찮을 필요는 없습니다.

2. 감정의 정직함을 허락하는 문장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한 문장은 마치 상처 입은 마음에 다정히 손을 얹는 말 같습니다. 이 문장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감정을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고 허락합니다. 사회적 시선이나 강한 척 하라는 분위기 속에서, 진짜 감정을 인정할 수 있는 틈을 열어주는 말이지요.

우리에게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울고 싶을 땐 울 수 있어야 하고, 힘들다고 말하고 싶을 땐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문장은 바로 이 감정의 정직함을 응원하는 목소리입니다.

이 문장은 마치 누군가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얹으며 너 지금 힘든 거 알아. 괜찮지 않아도 돼. 네 감정은 다 이유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무너질 듯 무거웠던 감정이 눈물과 함께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동안 얼마나 괜찮은 척을 해왔는지를 그제야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감정의 정직함은 단지 자기 표현의 자유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진짜 관계를 맺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누군가의 아픔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우리가 인간으로서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가장 깊은 방식입니다.

 

3. 아픔을 인정한다는 것의 힘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취약함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합니다. 아프다고 말하는 것, 힘들다고 인정하는 것, 눈물을 흘리는 것, 이러한 모든 행위는 오히려 깊은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문장과도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며 상처를 입습니다. 사랑에서, 인간관계에서, 실패에서, 혹은 그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는 반복해서 상처받고, 때로는 그 상처가 깊이 남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인정하지 않고 덮어두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곪고 터지게 됩니다. 아픔을 부정하는 삶은 결국 그 사람의 감정 세계를 황폐하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그러한 감정적 황폐함을 막는 작은 방파제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통해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다그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보듬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위로가 아니라, 감정의 회복력을 기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상처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조금씩 치유될 준비를 시작하게 됩니다. 감정은 억누를수록 증폭되지만, 인정받을수록 풀려납니다. 때로는 아무런 해결책이 없더라도, 단지 그 감정을 존중받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회복의 길로 나아갑니다.

 

4. 서로를 안아주는 말의 문화

 

마지막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 말이 단지 개인의 치유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문화로 확장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감정 표현에 인색한 문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는 정서적으로 절제된 태도, 감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태도, ‘민폐 끼치지 말자는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감정은 종종 사치로 여겨지고, 취약함은 무능으로 오해받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공동체 안에서 훨씬 깊은 연대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누군가가 힘들다고 말할 때 괜찮아가 아니라 그럴 수 있어, 네 감정은 당연해라고 반응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는 누구도 외로움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아도 됩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단지 문장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이며 방향입니다. 그 태도는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공감의 언어를 되살리며, 서로를 안아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밑거름이 됩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 더 따뜻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다면, 그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살만한 곳이 될 것입니다.

이처럼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물음으로 확장됩니다.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드러내는 용기, 아픔을 숨기기보다 인정하는 진심, 그리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따뜻한 시선이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 줍니다.

언제나 괜찮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괜찮지 않을 때, 함께 있어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