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남쪽 끝, 한반도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 마라도. 이 조용하고 단정한 섬을 처음 밟았을 때, 나는 이곳이 단지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지리적 수식어로만 설명될 수 없음을 직감했다. 끝이라는 단어는 흔히 마무리, 종결, 소멸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만, 마라도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끝이 꼭 끝만은 아님을, 어떤 의미에서는 시작일 수도 있음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마라도는 작다. 걸어서 한 바퀴 도는 데 채 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다. 섬을 둘러싸고 있는 해안 산책로는 자연이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공간이었고, 곳곳에 놓인 바위와 억새, 그리고 바다의 짙푸른 색조는 마치 세상의 외곽을 걷고 있는 듯한 감정을 자아냈다.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의 끝은 어디인가?’ 그리고 ‘시작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마라도에서의 시간은 도시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흐른다. 시계가 필요 없을 정도로 태양의 움직임과 바람의 속도, 그리고 파도의 울림이 하루를 나누어준다. 섬 주민들의 생활은 단순하고 조용하다. 외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오히려 자유를 느꼈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멈춤의 시간을 갖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진정한 시작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무언가를 성취하고, 어딘가로 도달하려 애쓴다. 하지만 마라도에서 나는 반대로, 내려놓음과 멈춤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섬의 끝자락에서 바라본 수평선은 경계가 없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그 지점은 분명 ‘끝’이지만 동시에 ‘시작’처럼 느껴졌다. 그것은 우리가 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선, 그러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었다.
이러한 감정은 나로 하여금 인생의 ‘종착점’에 대한 관점을 바꾸게 했다. 우리는 흔히 인생의 끝을 두려움이나 허무로 받아들이지만, 어쩌면 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시작의 조건은 아닐까? 무언가를 끝낸다는 것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자격이자 기회다. 마라도의 섬 끝에서 나는 내면의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은 하나의 선형적인 여정이 아니라, 끝과 시작이 반복되는 순환의 고리임을...

특히 마라도 끝자락에서 바라보는 시야는 말할 수 없이 경이로웠다. 사방이 탁 트인 시야, 그리고 그 속에서 아주 작게 보이는 배 한 척... 그것은 마치 인생의 항해를 상징하는 듯했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이라는 바다 위를 항해하며, 어떤 이는 빠르게, 어떤 이는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누구와 함께하느냐일지도 모른다.
마라도는 더 이상 단지 국토의 최남단이라는 사실로만 기억되지 않는다. 나에게는 인생의 본질을 되묻고, 끝이 곧 시작이라는 역설적인 진리를 가르쳐 준 작은 철학의 섬이다.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처럼, 때로는 방향을 잃고 흔들리더라도, 그 모든 순간이 결국 나의 길임을... 마라도에서의 짧은 여정은, 나의 인생에서 긴 사색의 시작이었다.

끝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고, 시작이 있기에 끝이 존재한다. 마라도를 거닐며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여행은, 어쩌면 끝과 시작이 손을 맞잡고 함께 걷는 여정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