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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by 목목헌 2025.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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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임이라는 단어가 불러오는 마음의 떨림

 

어느 조용한 오후, 창가에 앉아 가만히 내 삶을 되짚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고요한 햇살이 커튼 너머로 스며들던 그 순간, 문득 머릿속을 스친 하나의 질문...

 

"나는 과연 내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책임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무게가 있습니다. 마치 오래된 가죽가방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것들을 담고 더 단단해지는 그런 단어입니다. 우리는 책임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어쩐지 마음이 무거워지고, 가슴 한켠이 쿡 찔리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것은 단지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단어 안에는,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끝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는 내면의 질문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은 어쩌면 용기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 내가 품은 감정 하나하나가 내 삶을 빚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낳든, 타인이나 상황 탓을 하지 않고 조용히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할 만큼 두려움에 휩싸이곤 하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성장해가는 여정 속에서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마디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더 깊게, 더 넓게 만들어주는 통로이기도 하지요. 내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는 가장 진실된 방법입니다.

나는 나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럴 수 있어요. 아니 그래야만 합니다.

2. 선택과 후회 사이, 우리가 서 있는 곳

 

우리 인생은 수많은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어떤 옷을 입을지 정하는 작은 선택부터, 누구를 사랑할지, 어떤 길을 걸을지 정하는 커다란 선택까지. 우리는 매 순간 인생의 교차로 앞에 서 있으며, 그곳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결과가 따르고, 그 결과가 언제나 우리가 바란 대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눈앞의 행복을 택했지만, 그 끝이 아픔이었고, 때로는 옳다고 믿었던 길이 나중에는 잘못된 판단으로 남기도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곤 합니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만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후회의 순간, 우리는 자신을 책망하고, 때로는 과거의 자신을 원망합니다. 마치 그 선택 하나가 지금의 모든 불행을 결정지은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순간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태도는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비록 후회를 낳은 결정이었다 해도, 그때의 나는 분명 나름의 진심과 이유로 그 길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책임은 후회를 끌어안는 용기에서 비롯됩니다. 과거의 나를 비난하기보다는, 그때의 나를 이해하고 지금의 내가 그 결과를 어떻게 마주할지를 고민하는 태도 말이지요. 선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후회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여전히 그 선택 이후의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는 존재입니다.

 

3. 나의 삶을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단지 어떤 결과를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태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 삶을 더 주체적으로, 더 깊이 사랑하려는 능동적인 선언에 가깝습니다. 내가 나의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책임져 줄 수 없습니다. 결국 삶의 무게는 언제나 나의 어깨 위에 놓이게 마련입니다.

책임은 그래서 나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내가 겪는 고통, 내가 짊어진 상처, 내가 겪은 실패와 성공까지 모두 나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통해 나는 지금의 나로 완성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을 수 있습니다.

자기 삶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완벽한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부족하고,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질지라도 그 모든 경험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가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런 다짐 위에 삶은 한층 더 깊어지고, 우리는 조금씩 성숙해져 갑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삶에 책임을 지는 건 너무 무겁고 외로운 일이라고...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에 책임을 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처음으로 진짜 자유를 맛보게 됩니다. 그것은 더 이상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누구의 인정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입니다. 나라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존재의 흐름을 내 손으로 이끌어가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자유입니다.

이렇게 책임은 우리의 삶을 더 단단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씨앗입니다.

"나는 나의 삶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어쩌면 간단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라는 대답 말입니다.

그 대답 속에는 내가 나를 향해 내미는 손, 그리고 그 손을 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가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우리의 진짜 삶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