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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쓸까?

by 목목헌 2025.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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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대하여, 그리고 나를 지키는 연습

 

어릴 적부터 저는 참 착한 아이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습니다. 어른들이 무엇을 시켜도 고개를 끄덕이며 잘 따르고, 화를 내거나 떼를 쓰기보다는 참는 편이었지요.

얘는 성격이 참 좋아. 순하고 착해.”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어딘가 모르게 뿌듯했고, 그렇게 인정받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부터 이 착한 사람이라는 이름이 나를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착해야만 사랑받는 건 아닙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역할 속에 갇힌 나

 

직장에 들어가고,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 있다 보니 저는 늘 괜찮아요’, ‘, 제가 할게요’, ‘아니에요, 저는 괜찮아요이 말을 습관처럼 내뱉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정말 하기 싫은 부탁을 받았을 때조차 거절은커녕 미소를 지으며 받아들이곤 했지요.

 

가끔은 억울했습니다.

왜 나만 이렇게 참아야 하지?’

왜 나는 거절을 못 할까?’

 

하지만 그때마다 속으로 스스로를 타일렀습니다.

그래, 나는 착한 사람이니까.”

조금만 참으면, 다 괜찮아질 거야.”

 

그렇게 저는 착한 사람이라는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 속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왜 나는 그렇게까지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을까요?

왜 거절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인정 욕구라고 설명합니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착한 아이’, ‘말 잘 듣는 아이가 되어야 사랑받고, 칭찬받을 수 있다고 배워왔습니다. 그 믿음은 자라면서도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면 나쁜 사람’,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것 같고, 그래서 인정받지 못할까 봐 두려운 마음이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나 때문에 실망하지 않을까, 그것이 너무 무서워서 애써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착한 사람이라는 가면 아래에 숨겨진 불안

 

처음엔 착한 사람이 되는 게 저를 지켜주는 방법인 줄 알았습니다. 갈등을 피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착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진짜 나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군가의 부탁을 억지로 들어주고,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화가 나도 참고 미소 지을 때마다저는 제 마음을 저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내가 너무 외롭고, 너무 지쳤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고 부릅니다. 다른 사람의 기대와 욕구에 맞추느라 자신의 욕구를 외면하고 억누르는 상태... 겉으로는 부드럽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화와 슬픔, 억울함이 쌓여 가는 마음입니다.

 

착한 사람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 날, 지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이 제게 이런 말을 해주셨습니다.

착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요. 착한 사람은 갈등을 피하고 자기 목소리를 숨기지만, 좋은 사람은 필요한 순간에 거절할 줄 알고, 자기 마음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그 말을 듣고 나서 저는 오래도록 그 차이를 곱씹었습니다. 착한 사람은 나를 희생하면서 관계를 지키려고 합니다. 하지만 좋은 사람은 나를 지키면서 관계를 건강하게 이어갑니다.

 

좋은 사람은 말합니다.

그 부탁은 들어줄 수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지금은 나를 위해 이 선택을 할게.”

 

그리고 그런 말이 관계를 깨뜨리기보다는, 오히려 더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배웠습니다.

 

나를 지키는 연습,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방법

 

아직도 저는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연습을 조금씩 해가고 있습니다.

 

거절할 수 있는 용기 갖기

작은 부탁부터 연습해보기.

지금은 어렵습니다라는 문장을 말해보는 것.

 

내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기

나는 지금 화가 나고 있다.”

나는 이 상황이 불편하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인정해주는 것...

 

인정받기보다, 나를 인정하기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보다,

나는 나에게 얼마나 솔직한가를 먼저 살펴보기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말하기

나는 이 일보다 지금 쉬는 시간이 필요해.”

나는 이런 방식이 더 좋아.”

나의 욕구를 말하는 연습...

 

이런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저를 지켜주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 아니어도 저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착해야만 사랑받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하지만 착해야만 사랑받는 건 아닙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때, 내가 솔직해질 때, 오히려 더 깊은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착한 사람으로 살아오느라 지치셨다면, 이제는 조금씩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연습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거절하는 것도, 내 욕구를 말하는 것도, 그리고 때때로 미움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도 조금은 받아들이면서요.

 

그렇게 조금씩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 보면,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진짜 나가 조금 더 편안하게, 숨 쉬기 시작할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