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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에서 마주친 익숙한 감정들

by 목목헌 2025.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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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낯선 도시, 낯선 공기, 그러나 어쩐지 익숙한 그 느낌

 

처음 그 도시에 도착했을 때, 공항의 냄새부터가 달랐습니다. 언어도 낯설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도, 버스가 다니는 방향도 어쩐지 생경했습니다. 여행의 첫 순간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낯설며, 모든 감각이 날카롭게 깨어나는 순간이지요. 그러한 낯섦은 설렘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낯선 도시를 걷다 보면 익숙한 감정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시장에서 흥정을 하는 상인의 눈빛은 마치 고향 어귀의 아저씨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린아이의 장난기 어린 웃음은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순수하고 투명합니다. 카페 한 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모습은 내 친구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낯섦 속에서 익숙함을 만난다는 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얼마나 서로 닮아 있는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문화와 언어는 다를지라도, 감정과 시선, 눈빛 속 따뜻함은 서로 닮아 있습니다. 여행은 그래서 신기하게도 어딘가를 처음 보는 경험인 동시에 어딘가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기시감의 연속이 됩니다.

여행은 끝났지만 ,  그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2. 이름 모를 거리에서 문득, 나를 떠올리다.

 

여행지에서 가장 특별한 순간은, 화려한 명소보다도 오히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거리에서 찾아옵니다. 낡은 벽에 걸린 포스터 하나, 커피 향이 흐르는 골목길, 낯선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상점 앞... 그런 곳에서 우리는 문득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쁘게 살아오던 일상 속에서는 느낄 겨를이 없었던 감정들이, 여행지의 느릿한 시간 속에서 서서히 떠오릅니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왜 그렇게 서두르며 살았을까?",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이었을까?" 같은 질문들이 조용히 마음속에서 속삭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마주한 내 모습은 다름 아닌, 가장 익숙하면서도 자주 잊고 살았던 ''의 본래 얼굴입니다.

그 낯선 거리에서,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는 도시에서, 나는 온전히 나 자신일 수 있습니다. 꾸밈도, 역할도 내려놓은 채, 내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감정들과 마주하는 것. 어쩌면 진짜 여행이란, 장소의 변화보다 마음의 여행이 먼저여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3. 익숙한 외로움, 그러나 낯설게 느껴진 위로

 

여행 중 가장 자주 마주하는 감정 중 하나는 외로움입니다. 특히 혼자 떠난 여행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고, 함께 웃을 사람도, 사진을 찍어줄 이도 없는 거리에서 외로움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 외로움은 이상하게도 불편하거나 서글프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조용한 위로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겪는 외로움과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상 속의 외로움은 관계 속에서 비롯되지만, 여행지의 외로움은 나를 혼자만의 공간에 놓아주는 자발적인 고독입니다. 이는 고립이 아니라 선택된 고요함입니다. 이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낯선 이들의 친절은 생각보다 큰 위로로 다가옵니다. 길을 잃었을 때 손짓으로 도와주는 현지인, 식당에서 조용히 물을 따라주는 직원의 미소, 아무 말 없이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 이 모든 것들이 낯설지만 익숙한 위로로 느껴집니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지는 그 순간, 외로움은 어느새 따뜻함으로 바뀝니다.

 

4. 돌아오는 길, 여행은 끝났지만 감정은 남는다.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납니다. 비행기를 타고, 다시 익숙한 도시로 돌아오면 낯섦은 사라지고, 다시 일상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몸은 돌아왔지만, 마음속에는 아직도 그 도시의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그곳에서 마주했던 익숙한 감정들...설렘, 외로움, 따뜻함, 생각들은 이제 나의 일부가 되어 살아갑니다.

돌아와서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그 도시의 향이 스며 있고, 다시 걷는 길에서도 그 거리의 분위기가 겹쳐 보입니다. 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은, 단지 시간을 소비했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감정과 시야를 더 넓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추억하며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배우고,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여행은 끝났지만, 그 감정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다시 여행을 꿈꾸는 이유이며, 낯선 도시에서 또다시 익숙한 감정을 찾고 싶어지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