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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 - 선택의 심리와 결정장애에 대하여

by 목목헌 2025.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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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의 자유는 언제부터 짐이 되었을까?

 

우리는 어느새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끊임없이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고르는 옷, 커피숍에서 고르는 음료, 점심 메뉴, 퇴근길의 이동 경로, 여가 시간에 볼 영화나 책까지. 인생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제한된 자원과 옵션 속에서 자연스레 결정되던 것들이, 이제는 풍부한 정보와 다양성 속에서 선택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는 듯합니다.

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그의 저서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더 많은 후회를 하며, 결국 더 적은 만족을 얻는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선택의 자유가 우리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단순히 결정의 어려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완벽한 선택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늘 묻습니다. “혹시 내가 더 나은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곧 결정장애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사소한 결정조차 쉽게 내리지 못하게 합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습니다.

2. 결정장애의 그림자: 놓침에 대한 두려움

 

결정장애는 흔히 우유부단함이나 성격적 특성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들여다보면, 이는 단순한 망설임 그 이상입니다. 결정장애의 핵심에는 놓침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 FOMO)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FOMO는 특히 현대 사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심리 현상으로, 소셜미디어의 발달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었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선택과 그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신의 결정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립니다. 어떤 결정을 내렸을 때, 그 선택이 최선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깨닫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사람들은 결정 그 자체를 유예하거나 회피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순간, 동시에 수많은 가능성을 포기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가지 직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다른 여러 직업의 삶을 살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며, 누군가와의 관계를 선택하는 것은 그 외의 관계의 가능성을 접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택은 곧 포기와 연결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실감은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3. 왜 우리는 '완벽한 결정'만을 원할까?

 

결정장애를 겪는 이들의 공통된 심리 중 하나는 완벽한 결정에 대한 강박입니다. , 한 번의 선택으로 후회 없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결과를 얻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런 완벽주의적 사고방식은 현실과의 괴리를 낳습니다.

선택에는 최적 선택과 충분 선택이 있는데 최적 선택을 하는 사람은 가능한 모든 옵션을 비교하고, 가장 좋은 것을 찾기 위해 무한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합니다. 반면, 충분 선택을 하는 사람은 일정 수준 이상의 만족이 있으면 과감히 선택하고,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항상 최고를 선택해야 한다는 식의 문화적 압박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연봉, 더 좋은 연인, 더 좋은 집... 이와 같은 비교와 경쟁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만족이 아닌 비교 우위를 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모든 선택이 결과적으로 최선이 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선택 이후에 그 선택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4. 결정하는 용기: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삶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선택의 심리와 결정장애를 넘어서야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결정이란,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그리고 그 용기란, 완전한 확신 속에서가 아니라 불확실성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은 대개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선택 이후에 찾아옵니다. 사랑, 우정, 직업 등 그 어느 것도 보장된 것은 없지만, 선택하고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만 의미를 가집니다.

결정의 순간마다 우리를 괴롭히는 질문, “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는 어쩌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질문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삶의 일부가 아닐까요?

우리는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없지만,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어가는 힘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선택 이후의 태도와 삶의 자세입니다. 후회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가 내린 선택을 진심으로 마주하고, 그 안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길을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결정이라는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