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함이라는 이름의 신화
“독하게 살아야 성공한다.”
“자신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이 말은 성공한 일타 강사가 한 말이다. 자신은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며, 단 하루도 예외 없이 자신을 단련해왔다고... 게으름은 죄악이며, 늦잠은 곧 자기관리 실패의 상징이다. 자기 몸 하나 못 관리하면서 세상을 탓하는 것은 비겁하다고도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이런 말에 쉽게 수긍하게 된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당위, 타인의 눈에 잘 살아보이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압박... 이런 것들이 삶의 기본값이 되어버린 시대다. 열정을 신앙처럼 믿고, 성실을 근면의 이름으로 숭배한다. 그렇게 우리는 독함이라는 이름의 신화를 따라 산다.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반드시 절제, 통제, 고통,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며,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정말 독하게 살아야만 행복해지는 걸까?
그리고, 그런 독함이 정말로 모두에게 가능한 삶의 방식일까?
2.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완벽한 통제에 대한 환상
성공한 강사의 말처럼, 게으름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늦잠은 하루를 날려버리는 출발일 수도 있고, 식욕을 참지 못해 체중 관리를 실패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모두 ‘무능’이나 ‘실패’로 보는 것이 정당할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24시간 중 단 한 순간도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통제하며 살아가는 삶은 애초에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방식이 아니다. 누군가는 기상시간조차 정해놓고 지키며 일과를 짜고, 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환경적으로 그렇게 살 수 없는 조건 속에 있다. 그것은 무능의 문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문제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공부가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책을 펴도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글을 써야 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는 사람이 있다. 집중이 안 되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뇌의 작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이들에게 “독하게 해봐라, 의지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폭력일 수 있다. 독함은 미덕이 아니라 때로는 지나친 요구이기도 하다.
3. 게으름에도 이유는 있다: 느린 삶의 가치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오늘도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그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시간표에 맞춰 살아가지 못한 자책감 때문이다. 하지만 늦잠을 자는 이유는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다. 전날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몸이 필요로 하는 휴식을 취했기 때문에, 무의식이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우리는 피로를 회복해야 다음을 살아갈 수 있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살아날 수 있는 순간도 있다.
게으름을 단지 ‘하지 않음’의 의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멈춤’과 ‘회복’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효율과 생산성을 강조하지만, 인간의 삶은 단순한 숫자로 계산될 수 없다. 자연의 흐름처럼 삶에도 리듬이 있고, 어떤 날은 느리고 어떤 날은 빠르다. 그 느림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병들 수밖에 없다.
느리게 살아간다고 해서, 행복하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어떤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속도대로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삶이 될 수 있다. 무리한 자기 통제와 강박적인 목표 지향성은 오히려 불안과 우울을 낳기도 한다. 행복은 꼭 독하게 살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4. 성공의 끝에서 다시 묻는다: 그 다음은 어디인가?
설령 독하게 살아서 원하는 것을 이루었다고 하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을 얻고, 명성을 얻었다고 하자. 그 다음에는 무엇이 남는가? 또 다른 목표, 또 다른 통제, 또 다른 절제가 필요할 것이다. 행복이란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성공’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달려가면서, 그 과정 자체를 고통으로 만든다. 그 고통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다.
더 높은 곳, 더 많은 것, 더 완벽한 삶...
독하게 사는 삶은 성공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그 성공이 곧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독하게 살아온 사람은 그 안에서 감정과 여유, 관계와 마음을 놓쳐버리기도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잊고, 사람다운 감정을 외면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돌아보게 된다.
과연 이 삶이 내 것이었는지,
내가 원해서 독하게 산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강요한 방식에 순응한 것인지...
마치며: 인간은 완벽할 필요 없다.
독하게 살아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은, 절반의 진실이다.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유용할지 몰라도, 모두에게 해당되는 인생의 법칙은 아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다. 더디고 서툴러도, 때로는 멈추고 돌아가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다.
게으름 속에서도 사유는 자라고, 늦잠 속에서도 치유는 일어난다.
공부가 힘들다고, 다이어트가 어렵다고 자책하지 말자.
삶은 성과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독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고,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잘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