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고쳐주고 싶어." (I will try to fix you.)
이 짧은 한 줄의 가사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쓰다듬었을까요. 누구나 삶의 어느 한 구석쯤은 부서지고, 때론 그 깨진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법입니다. 그리고 그 틈을 알아봐 주는 노래가 있다면, 사람은 다시 한번 눈을 뜨고, 숨을 고르고,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됩니다. 콜드플레이는 바로 그런 음악을 만들어 온 밴드입니다. 그들의 음악은 그저 멜로디와 가사의 조합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하루를 붙들어주는 손길이었고, 세상에 홀로 선 것 같은 이들에게 '너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속삭이는 목소리였습니다.
2025년, 콜드플레이가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내한공연. 그 말만으로도 수많은 팬들의 심장은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고, 그 사이 우리는 또 다른 시간을 살아왔습니다. 팬들은 7년 전보다 조금 더 어른이 되었고, 세상은 여전히 고단했지만, 그 속에서도 노래를 기다리는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삶'에 대해 노래하고 있었으니까요.
콜드플레이의 공연은 언제나 음악 그 이상이었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었고, 치유였고, 축복이었습니다. 무대 위에서는 크리스 마틴의 맑고도 단단한 목소리가, 그리고 그 목소리를 받쳐주는 윌 챔피언, 가이 베리먼, 조니 버클랜드의 연주가 어우러지며 우리 각자의 이야기를 노래했습니다. 그들의 노래는 늘 그렇게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사랑했고, 상처받았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울려 퍼진 'Yellow'의 첫 소절이 흐르자, 모두가 입을 모아 따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는 사라졌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오직 한 곡의 노래 아래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 'Look at the stars, look how they shine for you.' 누군가를 위해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도 서로를 위해 그 자리에 빛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Fix You'가 흘러나올 때, 많은 이들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왜일까요. 아마도 그 노래가 들려줄 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가장 부서진 부분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 부서진 곳에 '괜찮아, 나는 너를 고쳐주고 싶어'라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 닿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콜드플레이의 음악은 그렇게 사람을 울리고, 위로하고, 다시 걷게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콜드플레이는 환경 보호와 평화, 사랑과 이해의 메시지를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그들은 단순한 음악가가 아니라, 세상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팬들과 함께 '같이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공연장의 웅장한 사운드와 조명, 그리고 팬들의 손목에 감겨 있던 LED 밴드의 반짝임 속에서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수만 개의 빛이 함께 흔들릴 때, 우리는 서로 다른 존재이면서도,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콜드플레이는 매 곡마다 우리에게 묻습니다. '너는 무엇을 사랑하니?',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니?', '너는 진정 너 자신이니?' 그 질문들은 대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우리 마음속에 머뭅니다. 그들의 노래는 그렇게 우리 안의 목소리를 일깨우고, 우리가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이 시대의 삶은 빠르고 거칠고, 때로는 무정합니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일 자체가 하나의 전쟁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런 세상 속에서 콜드플레이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하지만 너는 여전히 빛나는 존재야.' 그 말 한마디가, 그 노래 한 줄이, 어떤 날에는 사람을 살게 합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그 노래는 우리 안에 남습니다. 길을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문득 그 멜로디가 떠오르면 우리는 다시 그 날의 무대 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도 괜찮아질 수 있어.' 콜드플레이는 우리에게 그런 희망을 선물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음악이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이며, 그들의 내한공연이 우리에게 단순한 콘서트가 아닌, 하나의 삶의 이야기로 남는 이유입니다.
콜드플레이는 노래합니다. "Everything's not lost." 모든 것이 사라진 게 아니라고. 우리의 삶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음악은 끝없이 우리를 부릅니다. 다시 노래하라고. 다시 사랑하라고. 다시 살아가라고. 그것이 콜드플레이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노래를 마음속에 품은 채,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