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을 지키는 작고 단단한 방패 하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스며드는 상처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무심한 말일 수도 있고, 소중했던 사람의 외면일 수도 있으며,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에는 작은 균열들이 생기고, 어떤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또다시 덧나며 우리를 무너지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는 그런 상처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단단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상처받지 않는 로봇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처를 마주하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기술을 터득하는 일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아직 익히지 못한 따뜻한 지혜들이 숨어 있습니다.
1. 마음을 지키는 첫 번째 기술 – 기대하지 않는 연습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기대합니다. 친구에게는 진심 어린 위로를, 연인에게는 변치 않는 사랑을, 부모에게는 조건 없는 이해를, 사회에는 공정한 보상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때로는 실망으로 되돌아오며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우리가 상처받는 이유 중 많은 부분이, 사실은 기대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대는 관계의 무게를 무겁게 합니다. 상대방이 우리를 몰라주거나, 알아주지 않으려 할 때, 우리는 실망하며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마음의 기술은 바로 기대하지 않는 연습 입니다. 물론 이것은 인간관계에서 애정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애정은 유지하되 그것에 대한 ‘반환’을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도 적어집니다. 실망이 줄어들면 마음의 상처는 덜 깊어집니다. 이것은 마치 벽을 기대어 서 있지 않고 스스로의 두 다리로 균형을 잡는 것과 같습니다. 스스로를 중심으로 관계를 바라보면, 우리는 더 이상 타인의 반응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도, 그것이 나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기대하지 않는 삶은 어쩌면 쓸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 안에는 놀라운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때부터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얽매임 없는 관계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마음이 점점 단단해지는 경험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2. 상처를 품는 법 –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다루는 지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 말은 오랫동안 상처를 피하는 방법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단단하다는 것은 결코 무감각하거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단단함은 자신의 감정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그것을 제대로 소화할 줄 아는 내면의 탄력에서 비롯됩니다.
사람은 상처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합니다. 울지 말자고 다짐하고, 속상하지 않은 척하며, 분노를 삼키고 외면합니다. 그러나 억눌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서 다른 방식으로 부풀어 오르고, 결국에는 더 큰 상처가 되어 되돌아옵니다.
그러므로 상처를 받았을 때는, 그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온전히 느껴야 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인정하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말하며, 눈물이 나면 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은 결코 약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감정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한 걸음 더 성장하게 됩니다. 감정을 다루는 일은, 날씨를 대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비가 올 때 억지로 해가 떴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산을 펴고 그 비를 인정하는 것. 그런 태도가 마음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정을 흘려보내는 기술’입니다. 글을 쓰는 것,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 조용한 산책을 하는 것 등 자신만의 감정 해소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한 채 쌓아두면 마음은 병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마음이 단단해진다는 것은 상처가 더 이상 우리를 망가뜨리지 못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바로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따뜻하게 품는 데서 시작됩니다.
3. 자존감을 지키는 기술 – 나의 가치를 외부에 맡기지 않기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외부의 평가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칭찬을 받으면 행복하고, 비난을 받으면 자책하며, 누군가의 인정이 없으면 내 존재가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존감이란, 본질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입니다. 그것은 타인의 말이나 태도에 따라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중심을 지켜내는 힘입니다.
상처를 받는 순간들 중 많은 경우는 바로 이 자존감이 약해졌을 때 찾아옵니다. 누군가 나를 무시하는 말을 했을 때, 그 말이 전부 사실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내 안의 자존감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믿는 사람은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저 사람의 말이 나를 규정할 수는 없어.”라는 생각은, 상처를 내리치려는 칼날 앞에 단단한 방패가 되어 줍니다.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술 중 하나는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갖는 일입니다. 그것은 단순히 혼자 있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입니다.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들으며 스스로에게 묻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그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그 안에서 작지만 단단한 자존감을 만들어 갑니다.
또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비교의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의 삶이 더 화려해 보이고, 더 빠르게 성공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초조함을 느끼고 스스로를 깎아내립니다. 하지만 비교는 끝없는 굴레이며, 그 안에서는 누구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진정한 단단함은 남과 다른 나만의 속도를 인정하고, 그 길을 천천히 걸어갈 줄 아는 데서 나옵니다.
마무리하며 – 단단함 속의 따뜻함
‘단단한 마음’이라는 표현은 자칫 차가운 인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단단함은, 누군가를 밀쳐내는 차가운 벽이 아니라, 상처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따뜻한 강인함입니다. 그것은 유리처럼 투명하지만 쉽게 깨지지 않고, 나무처럼 부드럽지만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마음입니다.
세상은 여전히 거칠고,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복잡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도 자신만의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대를 줄이고, 감정을 잘 다루고, 자존감을 지켜나가는 것. 이 세 가지 기술은 우리가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내면의 방패가 되어 줄 것입니다.
삶은 결국 자신을 지켜가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단단한 마음은 우리를 더욱 자유롭고 깊이 있게 살아가게 만들어 줍니다. 상처를 피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는 따뜻한 단단함. 바로 그것이 우리가 진짜로 배워야 할 마음의 기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