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빛나는 지금, 그 온도를 기억하며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에, 우리는 흔히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온기가 스며 있습니다.
얼음처럼 차갑게 다가올 것만 같던 새벽의 외로움도, 첫눈처럼 포근히 내리던 봄비도, 한 사람의 웃음 소리도 나에게는 모두 온기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시간은 차갑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나를 적시며, 나를 따뜻하게 감싸며 흘러갑니다.
남은 반년을 시작하기에 앞서,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찬란한 온기의 축적인지 되새겨 봅니다. 오래된 사진 속 웃음에도, 메시지 속 한마디에도, 마음속에 간직한 다정한 기억들 앞에 고개를 돌려봅니다. 그 안엔 분명 나를 살아 있게 하는 온기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반년의 흔적: 마음속 작은 불씨들
상반기를 지나며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불씨를 지펴왔습니다. 그 불씨는 크고 작을 수 있지만, 유난히 따스하고 환한 것이었다면 더욱 좋습니다.
어떤 이는 첫 승진을 거머쥐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작은 실패 앞에서 멈춰 섰을 테지요. 그 모든 경험은 마음속 작은 불씨들로 남아 있습니다.
나는 어떠한 불씨를 품고 있을까요?
새벽에 홀로 마신 커피에서 느꼈던 고요한 위안, 오래된 친구와 나눈 전화 속 공감의 따사로움...
어쩌면 어떤 불씨는 애써 지핀 마음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상 속 불시에 피어난 따뜻함일지 모릅니다. 나도 모르게 촉촉해지는 마음, 입가에 스미는 미소... 그 모든 것이 지금의 나를 지켜온 불씨입니다.
아직 남은 반년, 나를 위한 설렘
절반은 지나갔지만, 아직 반년이 내게 남았습니다. 그 시간은 여전히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장, 아직 채워지지 않은 페이지입니다.
이제부터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채워나갈 나날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안에 단 한 번도 살아본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과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시간, 아껴두었던 책 한 권을 천천히 넘길 여유, 단순히 나를 위한 산책과 호흡, 지친 하루 끝에 핀 한 송이 꽃 앞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기쁨... 그 모두가 설렘입니다.
남은 반년은 그런 설렘으로 채워갈 수 있습니다. 무언가 크고 거대한 것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은 안부가 궁금했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 내일은 한 컵의 차를 우려내며 온기를 음미하기, 모레는 창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바람을 들이켜기...
이처럼 사소하지만 소중한 일상들이 모여, 잔잔한 설렘으로 내 마음을 채워 줄 것입니다.
온기가 남긴 흔적 위에 짓는 나의 다짐
온기는 사라지지만, 온기가 남긴 뿌리는 오래도록 자랍니다.
지금 마음속 작은 온기들이 남긴 흔적을 떠올려봅니다. 그리고 약속합니다.
당분간, 나는 이 온기들을 나를 위한 밑거름으로 삼아 더 따뜻한 시간을 만들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자 할 때, 내 마음에 남긴 온기를 꺼내어 전할 겁니다.
내가 겪은 설렘을 기억하며, 다른 이에게 친절을 건넬 용기를 가질 것입니다.
때로는 흔들리고 넘어지더라도, 넘어져도 된다는 따스한 메시지를 나에게 허락할 것입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한 해의 반이 지난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전히 선물이라는 것을...
남은 반년, 나는 나를 위한 온기를 지켜 나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온기를 과감하게 내 삶 위에 더하기로 합니다.
마치며...
지나온 절반은 나에게 작은 불씨를 안겨 주었고, 남은 반년은 그 불씨를 지키고 키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따스한 온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나는 남은 반년이라는 시간을 무겁게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렘으로 바라봅니다.
다가올 순간들이 내게 어떤 온기로 다가올지, 그 끝에서 나는 누구와 함께 웃고 있을지, 어떤 이야기들을 간직하게 될지 기대합니다.
시간의 반, 마음의 반. 아직도 남은 온기를 따라 걸어가며,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한 시간을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