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도, 작지만 단단한 ‘의미’가 있었다.
살다 보면 유독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있습니다. 햇살이 좋아도 눈부시게 느껴지지 않고, 평소엔 반가운 사람의 연락마저도 귀찮게만 느껴지는 날. 그저 이불 속에 파묻혀 시간이라는 것조차 잊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아마 그런 날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날들 속에서 제가 그래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작고도 단단한 '의미'를 스스로에게 부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몸이 무겁고 마음이 공허해도, 그 안에서 찾은 아주 사소한 의미가 제 발걸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이를테면, “이 일을 마치면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셔야지”라는 단순한 보상일 수도 있고, “이 일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거야”라는 소박한 책임감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이걸 해내면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을 수 있게 될 거야”라는 다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무력함에 빠질 뻔한 하루를 겨우 지탱해주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이유였습니다.
무기력함은 대체로 내면의 에너지가 고갈되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그런 날일수록 '의미'는 곧 연료가 됩니다. 제가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작은 행동 하나라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거창한 사명감보다는 스스로를 향한 작은 위로와 소망을 붙잡았기 때문입니다.

2. 멈춰 선 시간 속에서도, ‘습관’은 나를 움직였다.
가끔은 마음도 의지도 모두 무너져 내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해냈던 날이 있습니다. 그 이유를 돌이켜보면, 다름 아닌 ‘습관’의 힘이 저를 일으켜 세운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열고 환기시키는 행동, 물 한 잔을 마시는 루틴, 혹은 출근 전에 노트를 펴고 오늘의 할 일을 써 내려가는 습관들. 이들은 특별한 결심 없이도 몸이 먼저 움직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치 숨 쉬듯, 별 생각 없이 해왔던 일들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저를 무너지지 않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습관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무언의 힘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피곤할 때나 기운이 넘칠 때나, 매일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기에 그것은 감정의 기복을 뛰어넘어 행동을 이끌어냅니다. 제가 무기력에 잠식되지 않고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날에는, 이처럼 감정이 아닌 습관이 저를 이끌었습니다.
물론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작은 행동을 반복하고, 그것을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면, 어느새 그것은 내가 힘들 때조차 나를 대신해 움직여주는 내면의 자동 장치가 됩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에도, 평소에 길들여진 습관이 저를 무너지지 않게 붙들어주었던 것입니다.
3.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작은 믿음’이 있었다.
무기력한 날들 속에서도 제가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었던 마지막 이유는, 결국 제 안에 있는 '나 자신에 대한 작은 믿음'이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미세하고, 때로는 희미하게 느껴지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던 마음이었습니다.
“나는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지금은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사람이야.”
“하루가 엉망이었어도, 하나쯤은 해낼 수 있어.”
이런 믿음은 거울을 볼 때마다 스스로에게 속삭이듯 했던 말들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저만은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마음이 지쳐도,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그래도 끝까지 나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 작은 믿음은 언제나 저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습니다. 하루 종일 눕고 싶었지만, 그래도 한 끼는 챙겨 먹게 했고, 할 일을 미루고 싶었지만 그래도 마감 시간 전에 겨우 끝내게 했으며,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하루에도 한 줄 일기를 남기게 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성취는 아니었지만, 제 자신에게 보내는 ‘나는 괜찮아’라는 작은 신호였습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연약하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강합니다. 무기력함 속에서도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우리 안에 살아있는 ‘작은 희망’을 증명합니다. 그 희망은 때로 흔들리더라도, 결코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치며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 찾아오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날에도 우리가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의지나 책임감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숨겨진 ‘의미’, ‘습관’, 그리고 ‘작은 믿음’이 조용히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하루를 마주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 너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 오늘 하루도 해낸 너를, 내가 대신 칭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