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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형 인간 vs 저녁형 인간: 생체리듬이 말하는 진실

by 목목헌 2025.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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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체시계는 우리 안에 있다: 시간은 우리를 다르게 흐르게 한다.

 

우리는 흔히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말합니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삶을 깊이 들여다보면, 이 평등해 보이는 시간의 틀 속에서 사람마다 각기 다른 리듬으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생체리듬(Circadian Rhythm)’, 즉 생체시계의 존재입니다.

우리의 뇌 속에는 시상하부의 시교차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이라는 작은 영역이 있습니다. 이곳이 바로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중심으로, 빛의 유무와 같은 외부 환경 정보를 바탕으로 우리 몸의 각종 기능 즉 수면, 체온, 호르몬 분비, 집중력 등을 시간대에 맞추어 조절합니다.

이 생체시계는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대에 작동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해가 뜨기 전부터 눈이 번쩍 떠지고 아침 햇살 아래서 가장 집중력이 높아지는 반면, 어떤 사람은 해가 진 후에야 두뇌가 맑아지며, 한밤중에 오히려 창의력의 정점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경험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타고난 리듬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형 인간(Morning person, 또는 Lark):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일어나 활동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사람들입니다.
  • 저녁형 인간(Evening person, 또는 Owl): 늦은 저녁이나 새벽 시간에 오히려 에너지가 치솟는 사람들로, 아침에 일어나기가 매우 힘들고 집중력도 낮습니다.

사람은 시계로 시간을 보며 사는 존재이지만, 몸 안의 시계가 진짜 자신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생체시계는 우리 안에 있습니다.

2. 당신의 몸이 정해준 리듬: 유전자와 호르몬의 이야기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은 아침을 사랑하고, 어떤 사람은 밤에 눈이 반짝일까요? 여기엔 분명한 과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유전적 영향입니다. ‘PER3’이라는 유전자가 생체리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유전자의 변이에 따라 우리는 아침형 혹은 저녁형 성향을 타고납니다. 아침형 인간은 PER3 유전자가 길고, 저녁형 인간은 짧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 시점입니다. 멜라토닌은 수면 호르몬으로 불리며, 뇌가 어두움을 인식할 때 분비되어 졸음을 유도합니다.

아침형 인간은 멜라토닌 분비가 일찍 시작되고 일찍 줄어들어 새벽에 자연스럽게 눈을 뜹니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멜라토닌 분비가 늦게 시작되어 늦게 끝나므로, 늦은 밤에도 깨어 있고 아침에는 졸음이 가시지 않습니다.

이 외에도 코르티솔이나 체온 변화 주기 등의 생리적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여 우리 각자의 일상 리듬을 형성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생체리듬이 좋고 나쁨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문제는 사회가 하나의 시간 리듬, 즉 아침형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등교와 출근은 아침 9시에 시작하고, 시험과 회의는 오전 시간대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저녁형 인간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심지어 우울감, 불안장애, 낮은 학업/업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아침이냐, 저녁이냐보다 중요한 것: 자기 리듬 알기

 

많은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책과 강연을 찾아 헤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90%는 아침형 인간이다”, “5시에 일어나는 습관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같은 메시지들이 넘쳐나지요. 물론, 아침 시간은 조용하고 방해가 적기 때문에 집중하기 좋은 시간이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아침이 기회의 시간은 아닙니다. 어떤 이에게는 오히려 밤의 고요함이 창의력의 원천이 되고, 감성의 정수를 끌어올리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녁형 인간이었던 윈스턴 처칠, 카프카, 피카소 등도 모두 밤의 시간에 명작을 만들어낸 이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어떤 리듬에 속해 있는지를 먼저 정직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억지로 시계를 당기려 하다가 오히려 건강과 효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다음은 자신의 리듬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입니다.

  •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 상쾌한가, 아니면 힘겹고 무기력한가?
  •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은 언제인가?
  • 주말에는 평일보다 몇 시간 늦게 일어나는가?
  •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중 어느 쪽을 더 즐기고 활력이 생기는가?

이런 자문을 통해 우리는 나에게 맞는 시간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발견은 인생의 방향과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4. 나의 시간으로 사는 연습: 실용적인 전략들

 

자신의 생체리듬을 파악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실제 생활 속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는 아침형과 저녁형 각각에게 유익한 실천 팁들입니다.

 

아침형 인간을 위한 팁

  • 아침의 집중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일정을 짜세요. 중요한 회의나 과제는 오전에 배치하세요.
  • 오후의 나른함을 대비해 짧은 산책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습관화하면 에너지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 저녁에는 강한 조명과 자극적인 활동을 피하고, 천천히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을 가지세요.

 

저녁형 인간을 위한 팁

  • 아침이 힘들다면 너무 죄책감 갖지 말고, 가능하다면 유연근무제를 활용해보세요.
  • 늦은 밤에 가장 생산적이라면, 그 시간에 창작 활동이나 공부를 계획하세요.
  • 다만 취침 시간을 너무 늦추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수면 루틴’을 천천히 훈련하세요.
  • 낮 동안 햇빛을 충분히 쬐고, 아침에는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어 빛을 들이면 생체시계가 앞당겨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존중입니다.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어느 쪽도 실패한 방식이 아니며, 모두 각자의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존재입니다.

 

마치며

 

결국 삶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이지만, 그 이전에 어떤 시간이 나를 살리는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는 새벽 5시에 고요한 명상 속에서 자신을 마주하고, 누군가는 자정 너머 조용한 방에서 마음을 활짝 엽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나에게 맞춰지도록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생체리듬이 말하는 진실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어떤 시간에 깨어나는가는, 곧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주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