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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남겨준 교훈

by 목목헌 2025.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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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절망 속 인간성, 그 양면성의 드라마

 

2021, 전 세계를 강타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생존 게임을 넘어선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극 중 등장인물들은 각기 다른 삶의 무게와 상처를 안고 게임에 참여하게 되며, 그 안에서 우리는 인간의 선함과 악함, 나약함과 강함이 교차하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가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단순히 폭력적인 게임이나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구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삶의 밑바닥에 내몰린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보여주는 모습,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끝끝내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인간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 기훈은 경제적으로 몰락한 삶 속에서도, 궁극적인 순간에 인간다움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절박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 공감하고자 하는 자세는 이 드라마가 단순한 스릴러 이상이라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반대로 조상우는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는 대신 타인을 희생시키며 승리를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무너뜨립니다. 같은 환경 속에서 전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이 두 사람의 대비는 인간 본성이 얼마나 복합적인지를 보여주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이렇듯 오징어 게임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성의 양면성을 그려냄으로써,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생존이란 단어 아래 숨겨진 윤리, 양심, 그리고 공동체적 책임감은 오늘날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오징어 게임 속에 살고 있습니다.

2. 구조적 불평등과 계층 격차의 현실

 

오징어 게임은 무엇보다도 현대 사회의 계층 문제와 경제적 불평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작품입니다. 드라마 속 참가자들은 단지 운이 나빠서게임에 참여하게 된 것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소외되고, 착취당하고, 끝내는 무력해진 개인들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가 바로 죽음의 게임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어 더욱 충격적입니다.

작품은 특히 금융 부채 문제, 사교육의 압박, 이주노동자의 처우, 여성의 경제적 소외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포괄적으로 조명합니다. 알리처럼 착실하게 일하고도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의 현실은 결코 허구가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를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이주민들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착취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또한, 여성 참가자인 새벽의 이야기는 가정 폭력, 탈북,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복합적 문제를 드러냅니다. 그녀는 탈북민으로서 남한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동생을 보호하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를 지닌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결국 맞이하는 비극적인 결말은, 현실 속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쉽게 희생양이 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처럼 오징어 게임은 게임이라는 극단적 설정을 통해 사회 구조의 문제를 극대화시키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불평등의 얼굴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단지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가 아닌, 구조적 모순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하는 거울인 것입니다.

 

3. 선택의 윤리, 그리고 책임

 

게임 속에는 다양한 선택의 순간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다른 이를 희생시킬 것인가, 거짓말을 통해 생존을 연장할 것인가, 친구를 배신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것인가. 이처럼 극단적 상황에서의 선택은 단순히 생과 사의 문제가 아닌, 윤리적 갈등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그 상황이...”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드라마는 바로 이 점을 파고듭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을 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결국 자신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조상우가 보여준 선택은 단기적인 생존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그의 내면을 파괴했고, 끝내는 자멸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기훈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다른 이들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행동합니다. 그의 이러한 모습은 승자가 반드시 가장 강한 자가 아닌, 가장 인간적인 자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합니다.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 속에서 살아갑니다. 직장에서의 결정, 가족과의 갈등, 친구와의 관계, 사회적 정의를 향한 참여 등, 모든 선택은 윤리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은 우리가 선택할 때 단지 결과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이 우리 자신과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깊이 숙고해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4. 놀이의 이면, 순수와 잔혹의 교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구슬치기등 오징어 게임에서 사용된 게임들은 모두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통적인 놀이들입니다. 하지만 이 놀이들이 생존 게임의 도구가 되었을 때, 우리는 그 순수함 속에 숨겨진 잔혹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놀이는 경쟁과 협력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기회였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놀이가 한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냉혹한 경쟁으로 변질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놀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본래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 규칙을 지키며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이었던 놀이가, 왜곡된 목적 아래서는 잔혹한 폭력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현대 사회의 경쟁 시스템도 이와 유사합니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일상 속 인간관계에서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탈락자가 됩니다. 그리고 이 구조는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 경쟁이 사람의 존엄을 해치는 방식으로 작동해서는 안 됩니다.

오징어 게임은 놀이의 이면을 통해 현대 사회의 경쟁 시스템이 어떻게 사람을 소외시키고 파괴할 수 있는지를 은유적으로 드러냅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도 인간다운 경쟁, 공정한 규칙, 상호 존중이라는 본래의 놀이 정신을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5.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연대의 가능성

 

가장 중요한 질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가입니다. 오징어 게임은 비극적인 결말로 끝을 맺지만, 그 안에는 분명히 희망의 불씨가 담겨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연대입니다.

줄다리기 게임에서 기훈 팀이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며 힘을 합쳤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힘의 합이 아닌, 전략과 신뢰, 그리고 협동이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이 장면은 우리가 처한 어떤 어려움도 혼자가 아닌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기훈이 마지막에 자신의 상금을 사용하지 않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행동하려는 모습은 연대의 정신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한 승리. 그것이 오징어 게임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메시지일지도 모릅니다.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위기와 갈등 속에 놓여 있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진다면, 분명 변화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연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배려, 공감, 정의를 위한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마치며: 우리 안의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거울이며, 동시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시험지입니다. 경쟁 속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는 법,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찾는 법,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떤 형태로든 오징어 게임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우리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인간성을 지키며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경쟁에 휩쓸려 타인을 짓밟을 것인가. 그리고 이 선택은 단순히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사회의 얼굴이기도 합니다.

오징어 게임은 말합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연대와 용기, 그리고 사랑이 있다면, 사람은 언제든 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것은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