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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나서 돌아서면 왜 허전할까?

by 목목헌 2025.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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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순간의 즐거움과 그 후의 정적

 

우리는 때때로 웃음이 넘치는 자리에 있다가도, 문득 그 자리를 떠난 후 이상할 정도로 깊은 허전함을 느낍니다. 친구들과의 모임, 가족과의 식사, 연인과의 데이트, 혹은 재미있는 공연이나 영화 관람 후, 그 순간은 분명 따뜻하고 즐거웠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방 안의 고요함 속에서 갑작스럽게 마음 한 구석이 휑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왜 우리는 웃은 뒤에도 마음이 공허해지는 걸까요?

이 감정은 단순한 기분 전환의 끝자락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강한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여운이 남기 마련입니다. 웃음은 우리 뇌 속에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웃음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이전의 정서 상태보다 더 낮은 심리적 안정감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감정의 낙차로 인한 허전함을 유발합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찾아오는 고요함은 비교의 대상이 되며, 이전보다 더 깊은 외로움을 체감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웃고 난 직후 느끼는 그 묘한 허무함의 정체입니다.

웃고 나서 돌아서면 왜 허전할까 ?

2. ‘진짜 나사회적 나사이의 거리

 

사람은 누구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얼굴을 갖게 됩니다. 사회 속의 나, 친구들 앞의 나, 연인 앞의 나, 그리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의 나. 웃고 떠들던 순간의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이 가장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연기했던 사회적 나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무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그 반짝이는 모습이 진짜 나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럴 때의 허전함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서 비롯됩니다. 타인 앞에서 웃고 떠드는 나와, 홀로 있는 나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그 사이에서 생기는 심리적 간극은 더욱 뚜렷해집니다. 어떤 이는 그렇게 웃었는데, 왜 지금은 마음이 공허할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진정한 감정과 위선적인 감정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러한 괴리는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감정의 표현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밝아야 하고’, ‘유쾌해야 하며’,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을 조율합니다. 그러다 보니, 웃는 순간에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돌아서는 순간 그 허탈함이 두 배가 되어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3. 소통은 있었지만 연결은 없었던 자리

 

웃음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정서적 연결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종종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했음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더 깊이 느끼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이것은 양적인 만남이 결코 질적인 관계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진정한 교감이 없는 자리는, 아무리 웃음이 넘쳐도 마음을 채우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런 자리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더 큰 허전함을 느끼게 되며, 이것은 일종의 정서적 허기로 작용합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누군가와 연결되지 못했을 때, 혹은 내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겉도는 대화만을 주고받았을 때, 마음은 이미 피로하고 외롭습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웃음이 멈춘 바로 그 순간, 모든 감각이 조용해졌을 때 비로소 진짜 얼굴을 드러냅니다.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은 진정한 소속감은 단순히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받아들여질 때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웃는 자리에서 잠시나마 외로움을 잊을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완전한 소속감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떠난 후에 더욱 공허해지는 것입니다.

 

4. 감정의 파동을 받아들이는 연습

 

그렇다면 이 허전함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요? 혹은 극복해야 할 것일까요? 많은 이들은 이 감정을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하며 억누르려 합니다. 하지만 허전함은 인간으로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감정을 온전히 느끼고 있다는 증거이며, 관계에 대한 갈망이 살아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이 감정을 피하려 하지 않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웃음 뒤의 허전함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감정의 진폭이 컸다는 뜻이고, 당신이 그 시간을 진심으로 보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웃음의 여운이 깊다는 건, 그 순간이 나에게 의미 있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 허전함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시간으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왜 나는 지금 허전하지?”

무엇이 나를 채워줄 수 있을까?”

나는 누구와 있을 때 편안한가?”

 

이런 질문들은 단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는 내면의 나침반이 됩니다.

 

마치며

 

웃음은 짧고, 여운은 깁니다. 그래서 웃고 나서 돌아서는 길목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멈춰 서게 됩니다. 허전함은 감정의 결핍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내면의 조율일지도 모릅니다.

웃고 나서 돌아서면 왜 허전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지만, 그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삶을 진심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