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착한 사람"이라는 이름의 굴레
누군가는 어릴 적부터 이렇게 배워왔을지도 모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돼”
“항상 양보해야 해”
“화를 내면 나쁜 아이야”
우리는 그런 말들을 수없이 들으며 자라왔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착한 사람’이 되어야만 사랑받을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우리가 치루어야 했던 댓가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혹시 이런 사람 아닌가요?
누군가 부탁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속으로는 불편하면서도 웃음을 지으며 받아들이는 사람, 무례한 말을 듣고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속으로 삼켜버리는 사람, 언제나 먼저 연락하고,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람, 누군가 슬퍼하면 마음이 아파서 함께 울고, 누군가 화나 있으면 조심스레 그 감정을 달래주는 사람...
그러나 그렇게 살아오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며듭니다.
“나는 왜 이렇게 피곤할까?”
“도대체 나는 언제쯤 편해질 수 있을까?”
“내 마음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왜 없을까?”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 많은 것을 내어준 당신... 그 마음 깊은 곳에는 늘 외로움과 지침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무게를 홀로 감당해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2. "나를 지우는 선의"가 만든 그림자
사람들은 종종 ‘좋은 사람’과 ‘희생적인 사람’을 동일시하곤 합니다. 마치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만 좋은 사람인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렇게 ‘자신을 지우는 선의’는 오히려 관계를 왜곡시키고, 결국 자신도 남도 불행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늘 상대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며 말과 행동을 조심한다고 합시다. 겉으로는 평화롭고 따뜻한 관계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런 관계 속에서 당신은 점점 지쳐가고, 불균형이 커지며 결국에는 ‘왜 나만 노력하지?’라는 회의가 찾아오게 됩니다. 그렇게 쌓인 감정은 언젠가 폭발하게 되거나, 아니면 당신이 그 관계에서 조용히 사라지는 방식으로 끝나게 됩니다.
자신을 무조건 낮추고 양보하는 것은 결코 미덕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이자, 결국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건강하지 못한 경계를 만드는 일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지나치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할수록,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이용하려 들기도 합니다.
자기 희생이 아닌 ‘자기 존중’을 바탕으로 한 선의, 그것이야말로 진짜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그런 선의는 결코 자신을 지우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아야 합니다.
3. "거절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이유
“이런 부탁까지 거절하면 너무 이기적인 사람 아닐까?”
“저 사람이 상처받으면 어쩌지?”
“내가 이걸 안 하면 누가 할까?”
이런 고민을 하며 거절하지 못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남을 배려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거절은 배려의 반대가 아닙니다. 오히려 진짜 배려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우리는 종종 거절이 곧 ‘이기심’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라는 자기 희생의 정서가 숨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쯤’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점점 소진되고, 결국 진심을 담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여유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거절은 단호함과 동시에 진심이 담긴 표현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내가 감당할 수 없어서 어렵다”는 말은 오히려 관계에 진실함을 더하고, 상대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미안한 마음이 클 수 있습니다. 때로는 상대가 서운함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진정한 관계는 ‘예스’로만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때로 ‘노’라는 솔직함이 있어야만 오래 갈 수 있습니다.
4.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기
이제, 질문을 바꿔볼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에서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아갈 수 있을까?”로 말입니다. 이 질문은 단순한 변화가 아닙니다. 이것은 삶의 중심을 나에게로 되돌리는 과정이며, 스스로를 존중하는 삶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은 참으로 고귀하고 따뜻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따뜻함이 당신 스스로를 다치게 만드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진짜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과의 관계부터 돌아보아야 합니다.
당신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불편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어떤 상황에서 가장 마음이 평온했나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그리고 답을 찾기 위해 잠시 멈춰 서도 좋습니다.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치유되는 순간이기도 하니까요.
더 이상 모두의 기대를 다 충족시키려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실망시켜도 좋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나다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길이니까요.
마치며: 지친 당신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
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입니다. 아니, 그 이상입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감내하며, 너무 많은 기대를 품고 살아오느라 지친 당신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더 열심히 잘하려는 결심이 아닙니다. 조금 덜 노력해도 괜찮다는 허락,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다정한 인정입니다.
세상은 때로 우리가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모른 채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몰라도 괜찮습니다. 당신 스스로만은 당신의 진심과 애씀을 기억해 주세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당신의 마음을, 이제는 당신이 먼저 지켜주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세상과 타인을 향해 기울였던 그 정성의 일부를, 오늘은 꼭 자기 자신에게도 나누어 주세요. 당신은 위로받을 자격이 있는 소중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