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행복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누군가 이렇게 물었을 때, 우리는 망설입니다. 행복은 늘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은 햇살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고, 어떤 날은 아무리 좋은 일이 있어도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이처럼 행복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무형의 감정이기에 우리는 때때로 그 의미를 잊기도 합니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 이상의 것입니다.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며,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이며, 순간을 받아들이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즉 인간 본성에 따라 잘 사는 삶이라 정의했습니다. 반면 현대 심리학에서는 행복을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으로 설명합니다. 삶에 대한 만족감, 긍정적 감정의 빈도, 부정적 감정의 부재가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정의들을 종합해 보면, 행복은 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내면의 해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일이 벌어져도 어떤 이는 미소를 짓고, 어떤 이는 고개를 숙입니다. 결국 행복이란,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떠오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삶의 굴곡 속에서 우연히 찾아오는 선물처럼,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요?
2. 행복은 선택이다 : 일상의 태도가 만드는 기적
어떤 사람들은 말합니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했어.” 마치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말처럼, 행복을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수많은 일 중에서 감사할 만한 것을 찾아냅니다. 커피 한 잔, 친구와의 대화, 퇴근 후 맞이하는 저녁 바람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합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긍정심리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고, 감사하는 습관을 기르며, 의미 있는 관계를 유지할 때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그의 실험 중 하나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매일 밤, 감사한 일을 세 가지씩 적는 ‘감사 일기’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단 1주일만에 우울감이 감소하고 삶의 만족도가 크게 증가했습니다. 단지 시선을 바꾼 것만으로, 행복은 확연히 증가한 것입니다.
행복은 결국 '선택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물론 무조건 긍정적인 생각만을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감정을 억누르거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좋은 면을 찾는 것이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입니다. 이는 선택과 훈련의 결과이며,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식사를 할지, 어떤 말을 할지를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왜 행복하지 않기로 선택합니까? 불행에만 주목하고, 실망에만 집중하며 하루를 마무리할 이유는 없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기쁨이라도 그것을 마주했을 때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 우리의 선택입니다.
3. 그러나 때로는 우연처럼 다가오는 행복
그렇다고 해서 모든 행복이 선택의 결과라고 말하는 것도 위험한 일반화일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삶이 선물처럼 주는 기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음악 한 소절이, 뜻밖의 전화 한 통이, 혹은 예기치 못한 만남이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비춥니다.
행복은 예측 불가능한 요소를 지닙니다. 우리가 아무리 마음을 다잡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져도, 외부에서 발생하는 일들은 우리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 예기치 못한 사고, 경제적인 위기 등은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을 흔들어 놓습니다.
이러한 순간에 행복을 선택하라는 말은 때로 잔인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만큼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오히려 행복이란 ‘우연히 찾아오는 숨구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우연한 순간들이 때로는 우리가 가장 절망적인 시기에 찾아온다는 점입니다. 고통의 한가운데서 피어나는 작은 웃음, 예기치 않은 위로,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바라본 하늘의 아름다움. 이런 순간들이 마치 우주가 우리에게 “아직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렇듯 행복은 때때로 선택이 아닌 우연일 수 있으며, 그 우연은 우리가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신비 속에서 피어납니다.
4. 선택과 우연 사이 :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일까요? 행복은 과연 선택일까요, 우연일까요?
정답은, 어쩌면 그 둘 모두일지도 모릅니다. 행복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어떤 자세이기도 하며, 동시에 삶이 가끔 선물처럼 주는 우연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둘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느냐는 것입니다.
마치 비 오는 날, 우리는 우산을 준비할 수 있지만 비를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산을 들고 나갈지, 빗속을 걸을지, 혹은 창가에서 조용히 비를 감상할지는 우리의 선택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상황 속에서 어떤 감정을 품고 살아갈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선택’의 반복이, 어느 순간 ‘우연’을 만들어냅니다. 긍정적인 태도를 반복하는 사람은 뜻밖의 기회를 더 잘 알아차리고, 감사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작은 행운에도 더 깊이 감동합니다. 즉, 선택이 우연을 초대하는 것이고, 우연이 다시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순환 구조가 존재하는 셈입니다.
결국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을 조종할 수는 없지만, 더 많은 행복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는 할 수 있습니다. 그 준비는 ‘태도’이며, ‘습관’이며, 무엇보다도 ‘마음의 자세’입니다.
마치며 : 당신의 오늘은 어떤 선택으로 채워지고 있나요?
행복은 늘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손끝, 눈길, 그리고 마음가짐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선택하세요. 당신의 오늘을, 당신의 마음을...
그리고 기다리세요. 삶이 우연처럼 가져다주는 따뜻한 선물들을...
선택과 우연,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히 행복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