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끊임없이 타오르는 욕망의 불꽃
인간은 본성적으로 결핍된 존재입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고 느끼는 순간보다, ‘조금만 더 가지면 행복할 텐데’라는 갈망 속에 사는 시간이 훨씬 많습니다.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의 욕망을 ‘텅 빈 항아리’에 비유했습니다. 아무리 채워도 다시 허무하게 비어버리는 그 항아리는, 마치 현대인의 마음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합니다.
현대 사회는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더욱 자극합니다. 광고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이 제품을 사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어요.” “이 차를 타면 더 멋져 보일 거예요.” “이 집에 살면 더 성공한 인생일 거예요.” 그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맞춘 행복을 좇게 됩니다.
그러나 욕망이 늘 새로운 행복으로 인도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욕망은 만족의 순간을 아주 짧게 만든 뒤, 더 큰 욕망을 부추기곤 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휴대폰을 샀을 때의 기쁨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곧 다음 신제품에 눈이 가게 되죠. 이처럼 욕망의 성격은 ‘현재의 나’를 끊임없이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욕망에 휘둘리는 것일까요? 이는 우리가 행복을 ‘무엇을 가졌느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즉, 행복을 어떤 ‘상태’로 이해하기보다는 ‘소유’로 오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무언가를 얻었을 때가 아니라, 내가 지금 가진 것에 충분히 감사하고 만족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
2. 비교의 그림자 속에서 빛을 잃는 감정
욕망이 내면에서 피어오른다면, 비교는 외부 세계에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은 언제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확인하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주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그 차이를 통해 자존감과 만족감을 판단합니다.
SNS는 이러한 비교 심리를 극대화하는 장치입니다. 누군가의 여행 사진, 고급 식당, 멋진 연애, 성공적인 커리어… 그 모든 것은 마치 “너는 지금 충분하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우리가 타인의 삶을 볼 수 있는 창이 넓어질수록, 자신의 삶은 더 초라해 보이고, 그래서 행복감은 쉽게 사라집니다.
비교의 가장 큰 문제는 기준이 외부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 성과를 냈다고 해도, 옆 사람의 성과가 더 크다면 내 노력은 초라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이는 끝없는 상대평가로, 결국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길로 우리를 이끌지요.
이런 심리적 메커니즘은 특히 청소년기나 청년기에는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자아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의 인정과 비교를 통해 자신을 규정하려 하죠. 그러나 나이가 들어도 이 메커니즘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성공한 어른조차도 ‘더 성공한 사람’을 보며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럴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행복은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히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점입니다. 타인의 삶과 나의 삶은 전제 조건이 다르며, 시작점도, 목표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자로 재려 한다면, 결국 누구도 만족할 수 없습니다. 진짜 만족은 남과의 비교가 아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할 때 찾아올 수 있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성장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3. 진짜 만족감은 어디에서 오는가?
욕망을 내려놓고, 비교의 틀에서 벗어났을 때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진짜 행복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에게나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는 있습니다. 바로 ‘현재의 삶에 대한 자각’과 ‘감사의 태도’입니다.
진짜 만족은 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하루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지하철에서 들려오는 좋아하는 음악, 퇴근 후 맞이하는 고요한 밤,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의 짧은 대화.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쌓여서 삶을 지탱하고, 우리가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줍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은 행복의 3요소 중 하나로 ‘감사하는 습관’을 꼽았습니다. 매일 세 가지 감사한 일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삶에 대한 만족도가 현저히 높아진다고 합니다. 이는 우리의 뇌가 결핍이 아니라 충족에 초점을 맞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짜 만족감은 타인과의 연결감에서도 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을 때, 혹은 내가 누군가의 고마움을 느낄 수 있을 때, 우리는 강한 충만감을 경험합니다. 행복이란 결국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크게 좌우되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삶, 그리고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정서적 교감이야말로 깊은 만족을 이끌어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삶에서 진짜 만족을 느끼는 순간은 ‘의미 있는 경험’에 몰입할 때입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순간, 그것이 공부이든, 예술이든, 운동이든, 혹은 누군가와의 대화이든, 우리는 그 순간에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행복은 결코 도달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달려 있는 태도입니다.
마치며...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은 어쩌면 평생을 두고 고민해야 할 주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것은 멀리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욕망이 속삭이는 ‘더 많은 것’도 아니고, 비교가 던지는 ‘다른 사람의 삶’도 아닙니다. 오히려 행복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내가 그것을 발견하려는 마음 속에 존재합니다.
욕망과 비교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소소한 일상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 그리고 나 자신과의 평화로운 관계를 맺는 시간..그 안에야말로 진짜 만족과 행복이 조용히 머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행복은 화려하진 않지만, 깊고 단단하며,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맞는 모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