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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과 설렘 사이: 오제와 도쿄 여행기

by 목목헌 2025.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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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마음이 묻는다.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답을 구할 수 없을 땐, 멀리 떠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초여름의 문턱에서 숲을 걷고, 도시의 빛을 마주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1일차 도착, 그리고 작은 위로

 

새벽부터 시작된 하루는 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부터 바빴다. 인천공항에서 나리타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하고, 전철을 타고 신주쿠까지 오는 길은 정신없이 흘러갔다. 신주쿠의 빌딩 숲 속에 안착했을 때 피로가 몰려왔다.

피로에 눌려 저녁은 건너뛸까 했지만, 무심코 들어간 우동집에서 만난 마와 계란 우동이 뜻밖의 위로가 되어주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국물, 쫄깃한 면발. 안 먹었으면 분명 후회했을 맛이었다. 그렇게 도쿄에서의 첫날 밤은 조용히, 포근하게 흘러갔다.

Monster Clock in Shinjuku, Japan

2일차 숲의 속도로

 

12일 오제 트레킹을 위한 배낭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 도시락, 여벌 옷까지 챙기니 어깨에 묵직하게 눌러왔다. 그 무게만큼 걱정도 따라붙었다. 과연 이 배낭을 메고 걸을 수 있을까?

버스로 4시간을 달려 오제도쿠라에 도착한 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하토마치토오게에 도착했다. 비가 조용히 내리는 가운데 트레킹은 시작되었다. 초입은 내리막길, 미끄럽고 날카로운 바위와 돌들이 발밑을 위협했지만, 한 걸음 두 걸음 내딛다 보니 어느새 몸이 길에 적응해 있었다.

조금 지나니 길은 목도로 바뀌었다. 습지를 지나는 나무 길 위, 양옆으로는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비에 젖어 조용히 피어 있었다. 야마노하나를 지나 우중 속에서 먹는 도시락 한 끼. 빗방울이 도시락 안으로 떨어졌지만, 그것조차도 묘하게 운치 있게 느껴졌다.

우시쿠비 분기점을 지나 산장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가슴이 벅찼다. 하지만 가까워 보이던 산장은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게 느껴졌고, 끝없는 습지의 길은 인내를 시험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오제가하라 산장...

온천에 몸을 담그는 순간, 묵직했던 배낭의 기억이 스르르 사라졌다. 뜨거운 물이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졌고, 피로는 스며나듯 빠져나갔다. 저녁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 그리고 밤 9, 산장의 불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모두들 조용히 잠들었다.

 

오제 공원의 목도

 

오제 습지 공원의 야생화

 

야시로 산장

3일차 고요한 풍경 속을 걷다.

 

새벽의 공기는 상쾌했다. 간단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오르막길이 숨을 가쁘게 만들었지만,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피로를 덜어주었다. 서서히 낮아지는 경사길, 누시리를 지나 오제누마 호수로 향하는 길목은 점점 평화로워졌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 물 위에 비친 하늘과 나무, 그리고 나... 고요한 호수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쵸조산장과 오제누마 휴게소, 산페이 고개를 넘어 이치노세에 도착했다. 사실 이치노세에서 셔틀버스를 탈 예정이었지만, 무심코 걷다 보니 어느새 오시미즈까지 와버렸다.

이치노세에서 오시미즈까지의 흙길은 생각보다 험했고, 발도 마음도 지쳤다. 오시미즈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그 짧은 시간에 먹은 도시락은 정말이지, 배보다 마음이 먼저 허기졌던 순간을 채워주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신주쿠로 돌아오는 길, 눈꺼풀이 저절로 감겼다. 몸은 고단했지만, 마음은 차분히 채워진 느낌이었다. 호텔에 도착해 먹은 저녁은 일본식 곱창전골인 모츠나베. 간장과 된장 중 내 입맛엔 간장이 더 잘 맞았다. 그 따뜻한 국물은 다시 도시의 품으로 돌아온 나를 환영해주는 듯했다.

 

오제누마 호수

4일차 도시의 결을 따라...

 

오늘은 도시의 리듬에 몸을 맡기는 날이었다. 신주쿠에서 우에노로, 호텔에 짐을 맡기고 다시 니혼바시로 향했다. 점심은 납작 우동. 냉우동과 온우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온우동을 선택했지만 사실 냉우동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국물의 조화가 여운을 남겼다.

긴자에서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스타벅스 테라스에서 바라본 거리는 정돈되고 우아했다. 이토야 문구점에서 다양한 문구류를 구경하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아사쿠사로 이동했다. 센소지의 붉은 등롱, 길거리 아이스크림, 복잡한 골목길 사이에서도 나만의 속도로 걷는 기분이 좋았다.

우에노로 돌아와 마지막 쇼핑을 마치고, 저녁은 규카츠 모토무라에서 먹었다. 반쯤 익힌 소고기까스를 화로에 직접 구워 먹는 재미와 맛... 웨이팅은 길었지만, 그만큼의 기다림을 충분히 보상해주는 맛이었다.

 

고다이메 하나야마 우동

 

센소지

 

규카츠 모토무라

5일차 – 마무리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내고 우에노 공원을 걸었다. 떠나는 날의 공기는 언제나 조금 더 선명하게 기억된다. 300년 전통의 장어덮밥집 '이즈에이'에서 마지막 식사를 했다. 창가에서 내려다본 공원의 풍경은, 떠나는 사람에게 보내는 조용한 작별 인사 같았다.

나리타 공항으로 향하는 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공항에서 먹은 카레 우동은 여행의 마지막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리고 저녁 비행기. 창밖으로 저무는 하늘을 보며 생각했다.

이 여정은 힐링이었다. 그리고 설렘이었다.

자연에서 숨을 고르고, 도시에서 나를 발견한 45...그 사이에서 나는, 다시 조금 단단해졌다.

 

이즈에이 장어덮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