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235 일상 속 침묵의 병, 기분부전장애를 말하다. - 故 백세희 작가를 기억하며 1. “나는 우울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요.” 백세희 작가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우울한 게 아니라, 그냥 그런 사람인 줄 알았어요.” 조용히 그러나 오랫동안 마음이 말라가는 이 병의 정체를, 그녀는 누구보다 먼저 들여다보려 했고, 누구보다 용기 있게 고백했습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은 단숨에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책의 제목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은, 오늘도 겨우 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심리적 진실을 담은 문장이었습니다.고인은 생전에 기분부전장애, 즉 지속성 우울장애를 앓았다고 밝혔습니다. 겉으로는 일상을 유지하면서도 내면에선 무기력과 불안, 자책, 고독이 끊이지 않는 상태. 그것은 외부의 큰.. 2025. 10. 18. 내 안의 작은 괴물, 질투의 심리학 1. 질투,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감정 질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하는 감정입니다. 어린 시절 부모의 관심을 형제에게 빼앗겼을 때, 친구가 나보다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 혹은 연인이 다른 사람과 웃으며 대화할 때, 우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쑥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 감정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관계를 흔들리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향한 실망이나 자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심리학자들은 질투를 단순한 ‘나쁜 감정’으로 치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투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 중 하나로, 관계를 유지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종으로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질투가 통제되지 않으면, 내면의 작은 괴물처럼 자라나 결국 나 자신과 주.. 2025. 10. 18. 웃고 나서 돌아서면 왜 허전할까? 1. 순간의 즐거움과 그 후의 정적 우리는 때때로 웃음이 넘치는 자리에 있다가도, 문득 그 자리를 떠난 후 이상할 정도로 깊은 허전함을 느낍니다. 친구들과의 모임, 가족과의 식사, 연인과의 데이트, 혹은 재미있는 공연이나 영화 관람 후, 그 순간은 분명 따뜻하고 즐거웠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나 방 안의 고요함 속에서 갑작스럽게 마음 한 구석이 휑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왜 우리는 웃은 뒤에도 마음이 공허해지는 걸까요?이 감정은 단순한 기분 전환의 끝자락이 아닙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강한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는 반드시 여운이 남기 마련입니다. 웃음은 우리 뇌 속에 도파민과 세로토닌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지만, 그 효과는 일시적입니다. 웃음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이전의 정서 상태보다 더 낮.. 2025. 10. 17. 내가 뭔가 놓친 건 아닐까? - 선택의 심리와 결정장애에 대하여 1. 선택의 자유는 언제부터 짐이 되었을까? 우리는 어느새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끊임없이 놓이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고르는 옷, 커피숍에서 고르는 음료, 점심 메뉴, 퇴근길의 이동 경로, 여가 시간에 볼 영화나 책까지. 인생을 구성하는 거의 모든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제한된 자원과 옵션 속에서 자연스레 결정되던 것들이, 이제는 풍부한 정보와 다양성 속에서 ‘선택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는 듯합니다.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그의 저서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그는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많은 시간.. 2025. 10. 16. “화가 나면 왜 말을 못할까?”- 감정표현과 억제의 심리에 대한 탐구 말문이 막히는 순간, 감정의 파도에 휩쓸리다. 우리는 살아가며 크고 작은 화를 경험합니다. 누군가가 내 감정을 무시했을 때, 뜻밖의 배신을 당했을 때, 혹은 단지 일상의 피로가 누적되어 감정이 폭발할 때—그 순간 우리는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작 화가 나면, 그 감정을 분명히 말로 표현해야 할 시점에, 말문이 막혀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말재주의 문제가 아닙니다. 뇌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강한 분노와 같은 감정이 유발되면, 우리의 뇌는 위협에 대응하는 생존 본능을 우선시하게 됩니다. 특히 뇌의 ‘편도체(amygdala)’가 활성화되면서, 합리적인 사고와 언어를 담당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기도 합니다. 즉, 화가 나면 “왜 그랬어?.. 2025. 10. 2.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긴 싫어”: 현대인의 이중적인 고독에 대하여 혼자가 편한 세상, 그러나 외로움은 늘 곁에 있다. 21세기의 일상은 눈부시도록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더 많은 자유를 누리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바로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한 선택권입니다. 혼밥, 혼술, 혼영(혼자 영화 보기), 심지어 혼자 여행까지. ‘혼자’라는 단어는 이제 외로움이나 고립을 상징하는 말이 아니라, 자기 주도적이고 자율적인 삶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혼자가 제일 편해요.” 누구에게도 맞추지 않아도 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감정이나 기대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혼자 있는 시간은 내면의 평화를 되찾는 귀중한 기회가 되곤 합니다.그러나 그렇게 스스로를 고요한 시간 속에 밀어넣고 난 후, 문득 찾아.. 2025. 10. 2. 이전 1 2 3 4 5 6 ··· 40 다음